2008년 07월 23일
나으 완소파티 : 서유기 1.




중늙은이, 원숭이, 돼지, 물귀신. 이처럼 괴이한 일행의 서역기를 처음 접한 건
'날아라, 슈퍼보드'라는 인기 만화 영화를 통해서였다. 월광보합을 비롯해 요상한
패러디 중국 영화들로 재해석되는 가 하면, 일본 만화 최유기에서 온점을 찍으며
이보다 더 '멋지고 잘 나가는' 풀파티는 없을 거라는 판타지를 가져도 보았다.
'날아라 슈퍼보드'캐릭터를 고대로 가져온 컴퓨터 게임에 홀딱 빠졌던 적도 있을
만큼 '서유기'의 인물들을 어떤 캐릭터보다도 가장 사랑했지만 정작 '원작' 한 번
읽어 본 적 없었던 것을 서유기 풀버젼을 한 권 한 권씩 작파할 결심을 해서 오늘
드디어 제 3권.
제 1권은 화과산 돌원숭이가 태어나 땅,하늘 막론하고 죄다 뒤엎고 다니다가 결국
산에 깔려 갖히는 한편, 삼장법사의 출생도 전에 닥친 재난과 가족 상봉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전자는 워낙 잘 알려진 이야기였던 데다가 적반하장 유분수? 힘 쎄면 장땡, 제천
대성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이 느껴져서 진도가 훅훅 나갔지만 갑자기 당 태종이
등장하고 듣보잡 진씨 일가의 이야기가 나와서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만화 '최유기'만 읽고 요괴의 습격으로 부모를 잃은 삼장이 강에 떠내려
가는 걸 주지스님이 구해주었다는 설정을 믿고 있던 나에게 원작은 신선한 충격
이었다.
제 2권은 삼장법사가 당 태종의 명을 받들어 서역으로 불경을 찾으러 가는 과정
에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제자로 삼아 '찌질'대는 이야기. 찌질, 그렇다.
참말로, 기가막히게도, 예상밖으로 삼장법사가 너무 찌질대는 것이었다.
'찌질대는 삼장까기'야말로 이 포스팅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원작
의 삼장법사에 많이 실망했다. 최유기는 애초부터 비교 대상에 없었어, 하다못해
'슈퍼보드'만큼만 해주었어도 '심심해서 까는 손오공' 포스팅을 썼을 지도 몰라.
카토리 싱고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일본 드라마 '서유기'에서 삼장 법사
가 여성으로 나와 제법 흥미롭게 지켜봤는 데 원작을 보고나니 완전 싱크로 500%.
우유부단하고 겁 많고 소심한 반면 일단 큰소리 치고도 제자들에게 끌려다니는 게
여체 실사판으로 느껴질 정도. 차이점이 있다면 제 2권밖에 안됐는 데, 원작 스님이
욕을 아주 입에 짝짝 씹히도록 잘 하고 투덜거리기가 스머프 저리가라 임.
오늘까지 읽은 분량은 제 3권의 1/3정도로 두 명의 욕쟁이 초딩 동자때문에 열 받은
손오공이 3만년 에 한 번 열린다는 귀한 열매가 자라는 나무를 자근자근 씹어놨다가
관음 보살의 도움을 받아 되살리는 내용.
그러고보면 서유기의 진짜 주인공은 어쨰 뒷처리 담당 관음보살...인 것만 같다. 요괴
보스를 잡을 때도 금란가사를 찾을 때도, 나무를 살릴 때도 결국은 "고수님, 제가 괴롭
혀서 저자꾸 누울 뻔 함. 한 번만 도와주센, 젭알." 주문으로 만사 OK.
내가 보고 있는 서유기는 임홍빈씨가 번역한 책인데 언어들이 얼마나 살아있는 지 눈으로
보는 데 단어들이 혀 끝에서 쫄깃쫄깃하게 달라붙어서 한 번쯤 소리 내 읽어볼 정도로 잘
옮기신 것 같다. 단지 중간 중간 삽입된 시구(?)들이 집중력을 깨트려서 성가스럽게 느껴진
다는 점을 제외하면 문화가지성사에서 출판한 서유기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덧) 무더운 여름, 즙 많은 과일로 부른 배 깔고 앉아 선풍기 바람 쐬면서
일본 전기 소설이며, 서유기 등을 읽는 것만으로도 계절을 잊고
신선 노릇에 취해있는 것만 같다.
# by | 2008/07/23 21:21 | 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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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과 태그가 ㅋㅋ 원래 신선들은 공부를 안 하잖아요? 좋아하는 거 하다보니 그게 공부가 됐네;; 이런 상황- ㅋ 좀비님은 분명 지금 서유기를 터득하고 계신 것입니다. 이것도 공부~~
앗! 그렇쿤요~ 왠지 신나버리는 덧글! 저도 언젠가 오행일치며 정과며 도 닦은 미인으로 찾아뵐지도 모르겠어요~
아 왠지 압축된 수만가지의 감정들에 동조할 수 있는 기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을 느꼈어요
주성치를 대표할 수 있는 정말 최고의 명작이죠
영화 순간 순간의 주성치식 코미디는 정말 짱이라는
같은 서유기 리메이크작 또 나왔으면 좋겠어요.
허무맹랑해서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이번에 소림소녀?..인가 시바사키 코우 주연의
영화도 주성치 영화인가요?